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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0.15 09:40

지뢰꽃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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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뢰꽃 길

평화로 가는 길 (40)

 

김승국(평화 활동가/ 평화마을 화내천 대표)

 

철원 노동당사의 한 켠에 ‘지뢰꽃 시비’가 서 있다.(아래 사진)

 

노동당사의 뜰에 있는 지뢰꽃 시비-20210828_170824.jpg

 

정춘근 시인이 지은 「지뢰꽃」이라는 시를 옮기면 아래와 같다:

 

 

월하리를 지나 대마리 가는 길

철조망 지뢰밭에서는 가을꽃이 피고 있다

 

지천으로 흔한 지뢰를 지긋이 밟고 제 이념에 맞는 얼굴로 피고 지는 이름 없는 꽃

 

꺾으면 발밑에 뇌관이 일시에 터져 화약 냄새를 풍길 것 같은 꽃들

 

저 꽃의 씨앗들을 어떤 지뢰 위에서 뿌리내리고 가시 철망에 찢긴 가슴으로 꽃을 피워야 하는 걸까

 

흘깃 스쳐 가는 병사들 몸에서도 꽃냄새가 난다.

♥  ♣  ♡  ♠  ♦  ♧  ☀ ♥  ♣  ♡  ♠  ♦  ♧

 

철망에 찢긴 가슴으로 꽃을 피워야 하는 지뢰꽃들이 지천에 피어 있는 곳.

 

지뢰꽃길 입구의 꽃밭-20210828_172340.jpg

 

그 곳의 이름은 지뢰꽃 길. 

 

20210828_172841.jpg

 

지뢰꽃이 피어 길을 내고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지뢰꽃을 노래한다. 

 

나는 지난 8월 28일에 소이산의 지뢰꽃 길을 걸으며 ‘뇌관이 일시에 터져 화약 냄새를 풍길 것 같은 지뢰꽃들’을 홀린 듯 바라보았다. 

 

꽃 이름을 붙일 것이 없어서 ‘지뢰’를 선택했을까? 지뢰의 惡名과 꽃의 착한 이름[善名]이 잘 어울리는 지뢰꽃. 상호 모순 속에서 상생하는 묘한 꽃[妙花]. 

 

지뢰와 공존하는 妙花들이 지뢰꽃 길의 철조망에 걸려 있다. 

 

20210828_173015.jpg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의 상흔을 부여안고 땅속에서 신음하는 지뢰들의 머리 위에 지뢰꽃의 꽃비[花雨]가 내린다. 

 

음험한 지뢰가 화려한 冠을 쓰고 있는 지뢰꽃들이 반기는 길. 소이산의 지뢰꽃 길을 걸으며 울며 웃었다. 철조망에 꽂혀 있는 지뢰꽃의 화사함을 보고 웃고, 지뢰 경고 표지판을 보고 울었다. 

 

20210828_172854.jpg

 

웃고 울며 지뢰꽃 길을 마냥 걸었다. 병사들 몸에서도 나는 지뢰꽃 냄새가 나에게도 났다. 지뢰꽃 향기에 취한 채 지뢰꽃 길 위에 그냥 주저앉고 싶었다. 통일되는 그 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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