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인들의 연합과 마을 민주 공화국
김승국(평화 연구⋅활동가)
마르크스(Marx)가 말하는 ‘자유인(自由人)들의 연합(Verein freier Menschen)’, 노동자의 자유로운 결사(結社), 즉 ‘Assoziation’은 평화의 담지자이다. 마르크스의 저작 곳곳에 산재해 있는 ‘Assoziation’은, 그 문맥에 따라 ‘협동하는 일, 협동조합, 협동생활, 협동단체, 협동관계, 공동조합, 공동적 결합, 공동사회, 결합, 결합사회, 결합체, 집단 결합, 연합, 연합사회, 연합체, 결사, 협회, 조합, 연대, 단체’를 뜻한다. ‘Assoziation’은 마르크스에게 있어서 평화로운 사회 상태를 적극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Assoziation’은 마르크스의 ‘평화’로 인도하는 안내자이며, 마르크스의 ‘평화’를 이끄는 담지자(Träger)이다. ‘Assoziation’은 평화로운 사회상태를 적극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위와 같은 ‘Association’이 마을 민주 공화국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마을 민주 공화국의 형태 중 하나로 상정할 수 있는 것이 ‘Associtaion’이다.
‘자유인의 연합인 Association’의 주인공인 자유인을 마을民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Association으로서의 마을 민주 공화국’은 ‘自由人이 되고자 하는 마을 民의 Association’이다.
그러나 ‘자유인이 되고자 하는 마을民의 Association으로서의 마을 민주 공화국’에 관한 이론이 아직 정립되어 있지 않으므로, 과도기적으로 필자의 저서 “마르크스의 전쟁•평화론” 198~203쪽의 ‘Assoziation’ 부분을 마을 민주 공화국 쪽으로 의역하여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마을 민주 공화국에서 평화를 누리는 자유인들의 연합은, 근대 자본제 국가의 노동방식인 통합노동(combined labour)이 아닌 連帶勞動=結合勞動(associated labour)을 수행하는 ‘노동자(노동하는 마을民)의 자유로운 結社(die freie Assoziierung der Arbeiter)’로서의 Association이다. 이 Association에 힘입어 인간의 자기 소외(疏外)가 극복되어 온 누리에 평화가 깃듦과 동시에 근대 자본제 국가가 해체•死滅되고 그 자리에 마을 민주 공화국이 들어선다. 그러므로 Association은 마을 민주 공화국이 가져올 평화의 담지자이다. Association의 평화 담지자 역할이 최고조에 이르면, 마르크스가 “Die deutsche Ideologie” (MEW 3, p.33)에서 강조하듯이 ‘(마을 民)은 아무도 배타적인 활동 영역을 갖지 않고 각자가 원하는 어떤 분야에서나 자신을 도야시킬 수 있다. 마을 민주 공화국 사회가 전반적인 생산을 조절하기 때문에 (마을 民 각자가) 사냥꾼, 어부, 목동 혹은 비판가가 되지 않고서도 내가 마음먹은 대로 오늘은 이것을, 내일은 저것을, 곧 아침에는 사냥을, 오후에는 낚시를, 저녁에는 목축을, 저녁식사 후에는 비판을 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목가적(牧歌的)인 사회분업에 입각한 마을 민주 공화국의 이상향이다.
이와 같이 평화가 넘치는 이상향은, ‘이리가 어린양과 함께 거하며 표범이 어린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어린 사자와 살찐 짐승이 함께 있어 어린 아이에게 끌리며, 암소와 곰이 함께 먹으며 그것들의 새끼가 함께 엎드리며 사자가 소처럼 풀을 먹을 것이며, 젖 먹는 아이가 독사의 구멍에서 장난하며 젖 뗀 어린 아이가 독사의 굴에 손을 넣을 것이라.’(이사야 11:6~8)는 ‘천국(天國)의 평화’와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을 민주 공화국의 평화로운 이상향이 지속되면, 마르크스가 “고타강령 비판”에서 언급하듯이 ‘개인(마을 民 개인)이 노예와 같이 분업에 의해 예속되는 상태가 소멸되고 이에 따라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의 대립이 소멸된 뒤, 노동이 단지 생활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제1차적인 생활욕구로 된 뒤, 개인들의 전면적 발전과 더불어 생산력도 증대하고 협동적(協同的)인 富가 모두 샘(泉)처럼 분출하게 된 뒤-‘그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자기의 깃발에 각 사람은 자신의 능력에 따라, 각 사람에게는 자신의 필요에 따라!’라고 쓸 수 있게 된다.
협동적인 富가 샘처럼 분출하는 마을 민주 공화국 사회에서 사람들은 사회적 분업노동(특정한 직업)이라는 구속으로부터 해방되는데, 그러한 노동이 아닌 필요에 따라 소비물자를 분배받는 사회가 가장 평화로운 사회이다. 이때의 ‘노동’은, 고한노동(苦汗勞動)의 성격을 불식시킬 수 없는 ‘labour’로부터, 제작⋅창작⋅창조활동 내지 유희의 뉘앙스를 포함한 ‘Work’로 탈바꿈한다. 필요노동(필요노동 시간)의 극소화와 자유시간의 극대화를 통하여, 즉 labour의 극소화와 Work의 극대화를 통하여 마을 民의 ‘미륵 세상’이 열린다. 지상에 지복천년왕국(至福千年王國)이 도래하는 것이며, 이마에 땀을 흘리며 일하는 labour를 숙명으로 받아들인 사람들의 나라(근대 자본제 국가)가 종식되고 각 개인이 자유롭게 개성적인 제작-창조활동(Work)에 흥겨워하는 마을 민주 공화국이 평화의 꽃을 만개시키는 ‘화엄(華嚴)’의 세계가 활짝 열린다. 고한노동(苦汗勞動; labour)으로부터 해방되어 영구평화(永久平和) 상태에 있는(in ewigem Friedenszustand) 인류의 本史가 도래한다. 각인(各人)의 자유로운 발전이 만인의 자유로운 발전의 조건이 되는 Association이 마을 민주 공화국의 근간이 된다.”
그런데 앞의 설명이 지나치게 이상적이라는 비판을 우려하여, 현실속의 Association(자유인들의 연합/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인 협동조합을 거론한다. 마르크스는 협동조합을 Association의 일종으로 간주한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일어나는 협동조합 운동을 높이 평가했으며, 협동조합 공장은 노동자의 의식적⋅자발적 결합이므로 장래의 자개연(자유로운 개인들의 연합)의 토대로 될 수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이후의 새로운 사회에 대해 때때로 ‘협동조합적’이라는 단어로 표현한 바 있다. 생산 내지 생산양식에 대해 ‘협동조합적 생산’과 ‘협동조합적 생산양식’이라고 부르고, 또 새로운 사회 그것에 대해 ‘생산수단의 공유에 의거한 협동조합적 사회’라고도 말했다. * 김수행 지음 『마르크스가 예측한 미래사회』 (파주, 한울, 2012) 89•94쪽.
이와 같은 ‘생산수단의 공유에 의거한 협동조합(협동조합이라는 Association)’이 마을 민주 공화국의 경제적 기반•마을 民의 생활기반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을 민주 공화국의 경제 공동체를 이룩하는 유력한 방편으로 ‘생산수단의 공유에 의거한 협동조합’을 양산해야 한다. 특히 마을 민주 공화국의 불씨를 키우는 초반단계(근대 자본제 국가와의 공존단계)에 ‘Association으로서의 협동조합’ 운동을 펼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