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반쪽의 정치
김승국(평화 연구•활동가)
일제에 저항했던 독립운동가를 폄하하는 인사를 독립기념관 관장에 임명한 윤석렬 대통령(이하 “윤석렬”)의 친일행각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윤석렬이 조선사람인지 일본사람인지, 아니면 조선사람 반쪽 일본사람 반쪽의 야누스가 아닌지 묻고 싶다. 25%의 지지율로 반쪽을 최대치로 삼는 극우•친일 정치를 즐기는(?) 그를 질타하는 우리들만 속을 태우는 게 아닐까? 본래 민주주의가 반쪽이니 투덜댈 일도 아니지만……
민주주의의 서양어인 ‘demo-cracy’의 ‘demo’는, 악마(demon)와 시민(demos)라는 동일한 어근을 갖는다.(주 1)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가 민주주의가 타락하면 반쪽의 악마(demon)와 반쪽의 시민(demos)이 결합한 우민정치가 된다고 경고했던 모양이다. 윤석렬이, (나라를 팔아도 지지할) 25%를 우민으로 삼아 극우•친일이라는 악마(demon)와 손잡고 반쪽의 민주시민을 매도하듯이……
악마(demon)는 늘 공포를 먹고 살므로, 반쪽인 시민(demos)을 거듭 나누고 갈라치며 겁을 준다. 반체제 세력 운운하며 반공 이데올로기를 다시 꺼내 든다. 그런데도 성이 차지 않으면 검찰의 칼을 마구 휘두르거나 탄핵에 대비한 비상계엄(?)이라는 위협카드를 준비한다.
윤석렬은, 반쪽의 정치인 ‘demo-cracy’를 숙주로 삼으며 극우•친일이라는 악마(demon)와 손잡은 反민주적인 검찰 독재자이다. 윤석렬의 탄핵은 단순히 권좌에서 내쫓는 데 그치지 않고, 그나마 반쪽인 ‘demo-cracy’를 회복하는 일이다. 탄핵 이후의 최대의 과제는 반쪽의 ‘demo-cracy’를 넘어서는 대안으로 나머지 반을 채우는 일이다. 나머지 반은 무엇일까? (2024.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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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
브루노 라투르(Bruno Latour)외 지음, 홍성욱 엮음 『인간•사물•동맹』 (서울, 이음, 2020) 302쪽에 “악마(demon)와 시민(demos)은 동일한 어원을 갖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두 단어의 어원이 같은지 확인하려면 demon과 demos의 공통적인 어근인 ‘demo’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좋을 듯하다.
그래서 희랍어(그리스어) 사전을 찾아보니 demo에 가까운 “데모시우스”가 ‘못마땅함, 천한, 저속한’의 뜻을 나타낸다.
라틴어 사전을 보니 dēmo가 ‘야만인, 이방인, 수염을 꺼칠하게 방치한 사람’을 뜻하며, ‘게걸스럽게 먹다, 여우와 관련이 있다’로 의미가 확장된다.
그리고 프랑스어 사전인 『petit Robert』를 보니 영어의 demon에 해당하는 프랑스어인 démon의 라틴어 어원이 dæmon이고 희랍어 어원은 daimon(다이몬)이라고 나온다. 라틴어 dæmon과 관련이 있는 듯한 단어인 damno의 영어해설은 “to cause loss or injury to/ 법률적으로 ‘to codemn, sentence, punish’이다. 희랍어 사전의 daimon은 보통 ‘god/ goddess’를 뜻하는 한편 ‘악령(evil spirit)•악마(demon)•devil(사탄, 마귀)•귀신’이라는 의미로, 전자인 god과 반대로 쓰인다. 소크라테스의 사형 판결문인 “소크라테스가 국가의 神들을 인정하지 않고 다른 새로운 daimōn(귀신)을 도입하는 죄를 범했다”에 나오는 daimōn(귀신)이다.
daimon은, 소크라테스는 올바름(정의•선악 분별)의 추구, 철학적 판단에서 진퇴양난에 빠질 때, ‘daimon’이라는 영혼의 내밀한 소리를 들었다.
같은 daimon인데 소크라테스에게는 영혼의 내밀한 소리이지만, 소크라테스를 죽이려는 국가권력에게는 국가의 神을 모독하는 귀신이어서, daimon이 ‘god’과 ‘악령•악마(demon)•사탄• 마귀’라는 상반되는 의미를 지닌다.
브뤼노 라투르가 프랑스인이어서 프랑스어 사전의 démon이 demo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여 demon(악마)을 이끌어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