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톤밴드와 장익수커피학교 (64) 2024.4.29 - 관계 회복과 일상 경계의 탈출
반복된 패턴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특별한 계기가 필요하다. 특별히 나와 같은 경우에는 더 필요한 것이 있다. 관계를 유지하는 방식이 특이하다기보다 일 처리하는 개인적 성향이 다르다. 사업을 추진하다 문제가 일어나면 나의 외피보다 내면이 정리될 때까지 익숙했던 환경을 떠난다. 그리고 마음과 환경이 어느정도 정리된 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어 중단했던 일을 이어가는 습관이 몸에 베어 있다. 그래서인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며 끈끈하게 맺었던 많은 관계가 활동을 쉬는동안 눈 녹듯 사라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겨우 정신차리고 일어나 손을 뻗으면 잊혀진 나를 반갑게 손 잡아 맞아주는 분들이 있다.
관계는 상호적이다.
내가 만든 기간의 거리만큼 상대방에게도 같은 높이로 쌓인 담이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소원했던 관계를 서서히 수면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은 매번 그랬다. 많은 사람들에게 바리스타 자격과정과 로스팅 과정을 가르친 커피로 상징되는 활동 기억들이 관계회복의 징검다리였다.
어려움도 있지만 생계를 이어가며 커피와의 동행도 계속하려 한다.
지난 밤 새벽 이슬 맞으며 로스터기를 붙들고 생두를 볶아보고, 적절한 비율로 배합하여 블렌딩을 만들고 드립백도 제작하고 원두를 소분한 후 그 결과물을 점검하느라 수 없이 커피를 마셔본다. 잠을 자다 화장실 몇번 다녀오는 것이 자연스러운 나날이다.
고정적 일을 통해 경계선을 만들어 놓았던 활동 범위의 틀을 깨고 밖으로 나오기까지 주저함이 있었지만, 또 다시 시작했다. 중요한 것은 타인의 시선 속 내가 아닌 솔직 담백하고자 하는 나를 향한 여정이다. 시작점이 있어 꿈을 꾼다. 10여년동안 이 길을 걸으며 발견한 나와 앞으로 10년 뒤의 나를 이어가게 하는 동력은 주변 지인들의 응원과 박수다.
한 주간 여러가지 일들이 많았다. 수지계산에 맞지 않더라도 무쏘의 뿔처럼 멈춤없이 걸어가려 한다. 수익보다는 나눔을 우선시 하는 성향이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생계를 위해 벌어들인 수입의 일부를 커피와 좀 더 친해지기 위한 것으로 흘려보낸다. 그렇게 흘러간 재정적 윤활유가 내일이라는 희망을 품게 할 것이다.
5월은 로스팅 노하우와 커핑을 통해 12가지 생두를 볶았을 때 맛의 일관적 항상성을 찾아내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여름이 깊어지면 1톤에 야외 커피 판매형 매대를 싣고 인적 있는 길목에 차를 대고 노마드커피다방을 열어보는 것도 계획해 본다.
초록이 익어가는 4월이 며칠 남지 않았다. 5월이 오면 짙어가는 잎새와 따가와지는 햇살을 피해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 마시며 시대를 노래해 보아야겠다.
한주간 커피 작업일지
로스팅 및 드립백 그리고 원두 소분 작업 :
케냐 AA 마사이
코스타리카 SHB EP 따라주
예멘 모카 마타리 알 함다니(세계3대커피 중 하나)
콜롬비아 수프리모 톨리마
에티오피아 G2예가체프 코체레
과테말라 SHB 안티구아
파나마 SHB EP 라 산타 리제르바
브라질 파젠다 브라가스 아나 에어로빅 퍼멘테이션
* SHB(Strictly Hard Bean), 1300m 이상의 고도에서 재배된 생두를 뜻한다.
EP(European Preparation), 생두의 품질 등급으로 생두의 수분이 일정 비율로 유지됨을 의미한다.
커피나눔 : 문*현 1박스, 이*하 원두 200g, 회사 동료들 10EAs
수입액
- 드립백 주문 :
박*미 3박스(장익수커피학교 블렌딩B) 32,000원,
조*경 3박스 28,000(장익수커피학교 블렌딩C, 방문구매 할인)
- 원두 주문 :
조*경 200g *2개 (케냐 AA 마사이) 14,000원
지출액
- 출자자 4월 배당금 : 김*수(**숙) 10,000원, 최*경 20,000원, 장*수 20,000원
- 배송료 : 4,000원
- 생두 구매 : 65,700원
- 로스팅기 수리비 : 451,000원
커피드립백주문
밤 늦게까지 커피마시고 테스트 해보며 커피 실험 및 연구에 몰두해 본다.
장익수커피학교 블렌딩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