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테두리안에 갇혀 멀리 돌아다니는 것을 누르고 지냈다. 오랫만의 나드리는 전국 16개 시도시를 다니며 눈에 담아놓았던 갖가지 경험들이 몸속 혈관속을 흐르고 있는지라 본능을 자극한다.
새벽까지 커피 볶고 맛보고 실험하고 방문할 지인에게 줄 커피드립백 포장을 마치니 새벽 4시를 향한다. 집에서 2시간정도 잠을 자고 약속장소로 이동한다. 벌써 다른 분들은 나를 기다리고 있다. 삼척에 있는 지인이 사진을 보내온다. 햇빛이 따가운 요즘 고사리를 직접 채취하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한다.
삼척 해수욕장 앞 식당에 들려 점심을 먹고 해변가를 산책한다. 누구나 그렇게 외치듯 나도 소리내어 본다. "바다다~~~"
백사장을 걷고 신을 벗어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잠시 추억을 되살려 과거의 기억들을 소환한다. 잊혀지지 않는 일들은 세월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몸의 늙음속에 베어 있다 뛰쳐나온다. 그리고 어느새 내 외모와 몸은 쓰임을 다해가는 날이 가까와 오고 있다며 신호를 보내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나는 늘상 그렇게 말한다.
"지금 있는 이곳에서 지금 만나는 사람에게서 그리고 지금 있는 공간에서 최대한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이 되도록 노력하자"
지인이 살고 있는 삼척의 어느 한 농가 주택에 도착한다. 시골길이 정겹게 느껴지고, 그동안 잊고 살았던 시간속 과거를 돌아보게 하는 풍경에 익숙하다. 그렇게 생전 처음 만난 분과의 대화는 사람이라는 맛에 취하게 만들고 술잔을 기울인 분들과의 이야기도 깊어간다.
들고 간 기타로 노래 3곡을 불렀다.
이상은의 "언젠가는"
임백천의 "한마음"
최성수의 "동행"
어수룩해지고 주변이 어두워져 가는 시골집 밤의 풍경을 배경으로 대화의 깊이도 더해 가고, 과거에 겪었던 경험에 기반을 둔 생각들이 격론으로 오가기도 한다. 그렇게 사람사는 일상을 기록해 본다. 언젠가는 내가 이렇게 즐겁고 행복했다는 추억의 일기장을 끄집어 내어 들춰보기 위해서다.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다음을 기약한다. 사실 강원도 삼척은 한번 발걸음하기 쉽지 않은 결심을 해야 하는 머나먼 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남양주에서 2시간 30~50분을 달리면 도착할 수 있는 곳이 되었다. 미개통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1시간 30분정도로 줄어드는 날이 온다고 한다. 도시 속 복잡함을 벗어나 하루를 보낸 공기 좋고 맑은 하늘을 가진 삼척이 마음에 들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