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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26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살아가는 이야기(20) – 귀소본능

 

감각적으로 우리를 이끄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어디론가 되돌아 가려는 성질입니다.

사실 국내에 머무는 것보다 아프리카 모잠비크의 삶이 훨씬 풍성했기 때문에 계속 머물고 싶어지는 곳입니다. 그래서인지 어딘가를 정리하고 떠나는 것이 간편하고 편했던 저에게 망설임의 공간을 남겨주기만 하는 곳입니다.

 

3개월동안의 생활속에서 생긴 여러가지(물건,마음)를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보통 떠나기 전날 분주하게 움직일텐데, 저는 미리부터 제 소유의 것들을 없애기 시작합니다.

 

먼저 컴퓨터는 제 옆에서 가장 열심히 도와 주었던 컴퓨터교사 투메에게 2만원에 넘겼습니다. 와이파이 장비(우리나라 에그와 같은)도 주었습니다. 무척 기뻐했습니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이라며 귀국 후 일주일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안부 메시지를 보내오곤 합니다.

 

현지에서 구매했던 드론은 IT학과에 기증합니다. 학생들뿐만 아니라 교사들도 무척 재미있어했던 항공촬영장비입니다. 아쉽게도 제가 국내에서 구매해서 가져갔던 팬텀 프로4 모델의 드론은 마지막 촬영을 하고 200미터 높이에서 추락해 운명한 상태였기에 A/S 및 수리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국내로 다시 가져오는 수밖에 없어 학교에 기증하지는 못했습니다.

 

숙소에 있는 짐들을 하나씩 하나씩 정리합니다.

 

부르스타는 코이카 사모님께 드렸습니다. 그리고 반찬통으로 쓰던 프라스틱 도구들은 전부다 깨끗이 비우고 닦아서 드립니다. 한국에서 가져왔던 된장, 고추장, 간장 등도 귀한 음식들이라 생각하여 기증하고 옵니다.

 

DSLR카메라는 한달 전 저렴하게 넘겨서 생활비를 마련하여 썼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샀던 오븐은 엘리자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모여있던 그룹을 위해 숙소에 놓으려 했으나 나중에 그것도 분실 염려가 있어 챰베 부교장에게 맡겼습니다. 그리고 숙소 열쇠 하나를 복사해서 그곳에서 진행되고 있을 엘리자 프로젝트를 위한 장소로 사용될 수 있기를 바라는 희망을 남깁니다.

 

청소도구나 주방용품들 중 일부를 정리해서 엘리자에게 주었습니다. 3개월 짧은 기간동안에 참 많이도 구매했다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리고 차량으로 늘 발이 되어 주었던 운전사 제랄드에게는 현지에서 구매했던 운동화와 구두를 신으라고 주었습니다.

 

귀국 전날 밤 테니스를 치러 수도인 마푸토에 갔었는데, 당시 족구하다가 늘어난 인대때문에 직접 운동을 하지 못하고 한국분들 경기를 구경하다 모잠비크의 마지막 해변을 보기 위해 바닷가로 향했습니다. 밤 바다의 풍경이 멋졌습니다. 그리고 밀려오는 파도소리에 마음을 내어 줍니다. 제랄드가 코코넛을 사오겠다 합니다. 주머니에 들어 있던 돈이 없었던 저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는데, 그동안 받기만 하던 제럴드가 자신이 사겠다 합니다. 가끔씩 사람사는 세상이 재미 있는 것은 베풀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받아서 즐겁고 그 고마움을 잊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제랄드가 자신의 돈으로 무엇인가를 구매해서 한국 교수들에게 주는 것은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것입니다. 다들 제랄드가 시간 약속을 펑크내는 것이라든가 거스름돈을 되돌려 주지 않는 것들에 대한 불평이 있어 제랄드를 종종 욕하곤 했습니다. 그것이 별로 중요하지 않았던 저는 욕하는 것 대신 시장을 보면 가족에게 가져다 주라고 떼어주기도 하고, 남는 잔돈은 아예 받을 생각을 하지 않고 포기하며 살았기 때문에 욕할 일이 없었습니다.

 

누군가를 도와주고, 누군가의 힘이 되어 주는 일을 할 때 우리는 마음속으로 우쭐한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차라리 아무것도 기여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으면 아무런 기대감이 없을텐데 도움을 주고 나면 기대를 하게 됩니다. 그것은 따뜻한 반응이라거나 고마움을 표시하는 인사라든가 하는 것들입니다. 사람은 당연히 그것을 바라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받은 사람이 그런 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않으면 속으로 마음이 상하곤 합니다. 이런 보상심리조차도 포기하며 산지 벌써 30여년입니다. 누군가에게 잘해주고 도움을 주는 것으로 마음정리를 끝내곤 합니다.

 

 

정리하는 일은 물건 뿐만이 아닙니다.

 

사람의 마음도 정리해야 합니다.

 

떠나는 주간에는 어차피 없을 이별의 시간들이기에 미리 미리 전부 인사를 했습니다. 행정실 직원들이 카플라나 옷감을 선물로 가져왔습니다. 대신 사무실에 있던 컵과 물 5L짜리 등은 모두 나누어 줍니다.

 

숙소에 있었던 것과 사무실에 있던 것들이 깨끗해 지는 날 떠나게 되었습니다. 숙소를 지키던 강쥐와도 이별을 하고, 열심히 숙소 보호를 해 주었던 가드들과도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태양광으로 충천되는 등은 정문 수위에게 주고 왔습니다. 최고의 감사를 표현하며 무릎을 꿇기도 합니다. 그만큼 이들에게는 소중하다는 것이겠지요.

 

학교장 까사모와 영어교사 마리오가 공항에 마중을 나왔습니다. 이제 정말 이별할 때가 다가왔습니다. 이곳에 올때처럼 갈 때도 큰 미련은 없습니다.

 

다만 엘리자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서 끈을 마련했어야 했는데 그것이 바로 농협 체크카드입니다. 마리오에게 맡겼고, 국내에서 후원자들을 섭외하면 그 계좌로 입금하기로 하였습니다. 현지에서 돈을 찾거나, 물건 구매 시 사용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먼저 귀국행에 올랐던 교수님들이 공항에서 50달러 정도 보안 경찰들에게 뺏겼다는 비보를 전해들었던지라 조심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저와 책임교수님은 마푸토공항 검사대를 무사 통과했습니다.

 

드디어 귀국행 비행기에 탑승했습니다. 카타르 항공이고 경유지가 카타르공항입니다. 

 

20시간이 넘는 시간을 비행해야합니다.

 

되돌아 오는 길은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습니다. 그만큼 되돌아 가고픈 마음이 크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리움, 연민, 사랑 그리고 보고 싶은 사람들로 귀국행이 너무 길게 느껴졌습니다.

 

예전에 모 커뮤니티에 들어가기 위해 10일을 출석하며 기다리던 때와 비슷했습니다. 그만큼 그곳을 사랑했기 때문이고, 그곳에서 마음껏 꿈을 펼쳐왔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되돌아 가고 싶은 귀소본능이었을 것입니다.

 

신토불이

 

자신이 태어난 곳의 물, 음식, 공기

 

그 모든 것이 자신의 몸과 맞기 때문에 우리는 멀리 떠나도 다시 되돌아 오게 되어 있습니다.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 오면 늘 그곳에 우리를 반기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늘 변치 않는 위치에서 아무런 댓가를 바라지 않고 기다리고 있는 것...

 

바로 가족, 함께 했던 이들, 이루지 못한 꿈들입니다.

 

귀국 후 분주하게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아프리카의 삶이 그리운 것은 그런 분주함들이 없어서 사색하고, 글쓰고 책 읽을 시간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여유로운 생활을 하다가 하루를 24시간씩 써도 모자란 것 같은 요즘은 마음도 몸도 바빠 여유가 없습니다.

 

제3회 찾아가는힐링음악회를 마무리 하고 다음주 화요일 있을 착한책방 카페에서의 작은음악회가 마무리되면, 느림의 삶으로 되돌아 가고 싶습니다. 저를 기다리고 있는 명달리숲속학교의 커피체험교실도 다시 관심을 가져야하고, 그동안 밀려있던 다양한 것들도 하루 하루 해결해 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오늘이라는 시간동안 최선을 다해 보내보려합니다.

 

그런 일상을 보내다 보면 다시 모잠비크로 되돌아 갈 날이 다가올 것 같습니다. 그것은 국내로 들어오고 싶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곳으로 되돌아 가고 싶은 마음이 커지고 있습니다. 

 

6개월 전후로 다시 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국내에 머무는 동안 하루 하루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야겠다 결심합니다.

 

떠날 때 박수받고 되돌아 갈 때 사랑받는 나날이 되도록 노력도 해 보려합니다. 꿈꾸는 미래, 아쉬움을 남긴 일들, 그 모든 것들에 대한 마음을 정리하며 하루를 시작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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