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510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살아가는 이야기(18) – 동행
그동안 잘 몰랐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인생을 걸어가려할 때 홀로서기는 기본이고 홀로 모든 것을 감당해 낼 수 있는 자세가 있어야 삶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을 비로소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무슨 일을 하든 왜 사람들이 그 일에 호흥해 주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말하기도 전에 일을 끝내고 썰렁한 반응에 냉담해진 마음을 추스리느라 한동안 고생도 많이 해 보았습니다.
멀리서 생각해 보니 중요한 것은 공감인데 그 공감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여러가지가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사람들 사이에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입니다. 그런 믿음들이 무너지는 이유가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진의와 다른 소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정치인들과 정당 지지자들의 극성 또한 한 몫 하는 것 같습니다.
남양주에서 살면서 특히 많은 피해를 보았다 생각하는 것이 바로 정치인들의 영향력 아래 있는 사람들의 입소문입니다. 제가 만나 본 많은 사람들은 실제적으로 소문만큼 그렇게 나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괜찮은 사람들이 더 많았습니다. 사람에 대한 판단이 너무도 쉽게 이뤄지는 환경조차도 이겨내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마톨라산업학교 장학금 전달식과 한국인파견전문가(교수진 5명) 교사,학생,한마음 축제를 진행했습니다.
함께 온 교수들이 모은 200만원의 돈을 20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전달해 주었습니다. 각 공과에서 성적이 우수하지만 생활이 어려운 학생들 위주로 선발했다고 교장 까사모와 페다고지 노시아가 말해줍니다. 전날 상품으로 줄 30여만원어치 물품을 구매하고, 추첨을 통해 나누어 줍니다.
각 교수님들이 각각 3~4명 정도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해 주었고, 저도 3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과 장학증서를 수여해 주었습니다. 제가 무슨 증서를 수여해 주는 일도 있구나 하면서 속으로 흐믓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문화공연이 이어졌습니다.
한국을 대표해서 제가 먼저 한 곡을 불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있는 곡입니다. 아리랑...~~~ 지난번 한마음을 불렀을 때처럼 격려의 박수소리가 들립니다. 아뭏든 이곳에서 자주 받는 박수소리에 마음을 빼앗겨 버립니다. 모잠비크에 뼈를 묻겠다는 말을 아직은 못하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여져 가기만 합니다.
그리고 모잠비크를 대표해 교사들 중 젊은 시절 음반을 냈던 가수출신 알베리나가 한곡을 합니다. 그리고 학생들 대표로 두 그룹의 합창단 공연, 4명으로 이루어진 댄스팀의 신나는 춤사위를 바라보고 있으니 역시 문화 교류는 이국적인 다른 나라 사람들의 마음의 벽을 허물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언어는 통하지 않지만, 음악은 서로를 통하게 한다는 것은 진리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공연이 끝나고 한국교수진과 마톨라산업학교 교사로 이루어진 2팀이 족구시합을 했습니다. 저는 수비수로 역할을, 김훈조 교수님이 공격수 역할을 박철수 교수님이 네트에서 받춰주는 역할을 뒤에서 홍사기, 박성현 교수님이 수비수로 담당했는데 치열할 줄 알았던 족구대회가 싱겁게 저희들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내리 2세트를 승리해 버렸습니다.
실력은 현지 교사들 그룹이 훨씬 월등했는데, 팀웤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개인별로는 학교를 대표하는 축구팀에 속해 있기도 한데, 막상 족구팀이 구성되어서는 하모니를 잘 이루지 않은 것이 패인 이었던 것 같습니다.
하루종일 학생들과 참가자들에게 선물과 간식을 준비해서 주느라 흥겨운 날이었습니다. 특별히 한부모가정으로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엘리자가 300여개의 빵을 만드느라 제 연구실에서 고생을 너무 많이 했습니다. 끝나고 수고했다고 100Mt (2,000원)을 줍니다. 요즘 그래도 얼굴 빛이 나아졌습니다. 교내에서 돕는 그룹이 있다는 것을 그녀도 인지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달 생활비로 써야 하는 금액과 집세를 내야 하면서 교통비 기타 등등을 버티어 내려면 아마 학교에서 받는 월급으로는 절대 부족할 것입니다. 그러니 퇴근하고 나면 수익이 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무슨 일이라도 할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귀국하면 한국내 장학 지원 그룹을 꼭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한 10명정도가 꾸준하게 한달에 1만원씩 내서 정기적으로 계속 지원해 준다면 그녀의 삶에도 햇빛이 비칠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삶이 외로운 것은 혼자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아니 어쩌면 혼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의 고집과 자존심이 만드는 거리감이라는 감정이 스스로를 외롭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생각보다 세상은 따뜻하고, 정겨운데 때로는 어두운 동굴속에 웅크리고 있는 것이 편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나면 다시 힘을 얻어 빛을 보려하기 때문입니다.
삶이라는 여정이 길지 않습니다.
저도 곧 50대가 넘어가고 60대가 찾아오겠지요. 그럴때마다 기억해 보려 합니다. 이곳 모잠비크에서의 짧은 기간동안 경험했던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가짐과 끊임없이 나를 훈련시켜야 가능한 인내심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거짓으로 움직여진 것들은 금방 싫증내듯 일이 틀어지지만, 진실한 마음으로 시작한 일들은 생명력을 가지고 계속 이어진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최성수의 "동행"
어느날은 하루종일 즐거운 추억에 잠기고 싶은 날이 있죠.
함께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살아가면서 웃음이 많아질 수 있는 날
살아가면서 미소가 많아지는 날
그런 날이 동행하는 삶이겠지요
그런 날이 많아지기를 바라며
불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