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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07 아프리카 모잠비크에서 살아가는 이야기(17) – MOU와 네트워크

 

흔히들 바라는 것이 있습니다. 감나무 밑에서 대기하고 있으면 감이 떨어져 자신의 입으로 쏙 들어오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한동안 많은 분들이 로또에 인생을 걸었으며, 지금도 여전히 대박복권 당첨되었다는 서울 노원구에 있는 그 상점은 주말 추첨 전날 긴 줄로 문전성시를 이루며 로또가 팔려 나갑니다.

 

복권장사가 잘 되는 이유는 별다른 노력없이 한 방에 큰 걸 노리고 싶은 욕구때문입니다. 그만큼 살면서 희망이 안 보이고 끊임없이 돈이 우리 삶을 쥐고 흔들기때문입니다. 돈에서 자유로우려면 죽어서나 가능할까요?

 

우리나라와 아프리카에서의 삶을 비교하라면 어떤 것으로 비교할까 싶기도 합니다.

 

단순한 경제적 우위를 따지면 당연히 우리나라입니다.

 

그러나 행복의 척도 GHP (Gross Happiness Product)로 평가한다면 당연히 아프리카입니다. 먹을 식량이 부족해도 이들이 살아가는 일상은 그렇게 불행해 보이지 않는 생활을 이어나가는 것을 종종 보게 됩니다. 거리에서 맨발로 비포장 골목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오히려 정겹기만 합니다.

 

마톨라산업학교에서 장기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하는 분야가 바로 교육을 통한 직업창출의 기회확대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폴리텍 대학교가 활성화 되었던 이유중의 하나가 바로 기술교육을 통한 고용기회 확대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담당한 학과는 IT전문가로서의 교육인데 본의 아니게 외부기관 및 학교와 MOU 맺는 일에 남아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침에 챰베가 제 연구실로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같이 나갈 수 있느냐고 물어봅니다. 그렇다고 이야기 하자 자기 차를 몰고 마톨라에 있는 한 학교로 저를 데려가 줍니다. 그곳 학교 책임자와 잠시 이야기를 하고 교장을 만났습니다. 이곳에서도 챰베의 친구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 학교는 특별히 컴퓨터 교육이 활성화 되어 있으며, 기계과 또한 활발하게 교육현장에 맞는 기종을 교육시키는 곳이었습니다. 마톨라산업학교가 7명의 부교장이 있는데 이 학교는 4명의 부교장이 있습니다. 규모는 어림 잡아도 학생 1000명 정도는 될 것 같아 보입니다. 그리고 배가 고파 들렸던 식당도 크더군요. 마침 무슨 축제가 있길래 학교 옆으로 나 있는 통로를 통해 건너가 보았습니다.

 

이곳에서 유명한 가수가 특강을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전시되어 있는 부스를 주욱 돌아봅니다. 아프리카에서 제일 인기있는 분야가 역시 기술분야라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기술을 익혀 실제 취업과 연결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곳이 참 많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해외에서 학교로 인프라 구축과 지원의 물결이 넘쳐나는 것은 도와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곳이 아프리카이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분명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보통 아프리카 하면 이미지가 못사는 나라입니다.

월드비전이나 유니세프를 통해 비춰진 아프리카 어린 아이들의 배고픈 사진과 영상은 한국 사람들의 주머니에서 후원금이 나오게 하는 역할을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이들에 대한 인식이 못사는 나라의 저능아 정도로 취급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사단법인 남북나눔에서 일할 때 그랬습니다.

 

북한어린아이들의 기아 사진을 스캔해서 1998년 인터넷이 미약할 때 홈페이지를 만들어 뿌린적이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그 사진들은 그대로 10년이 지나도 쓰여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느 한 교회의 후원모금행사에 갔더니 그 사진이 그대로 화면에 비춰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북한에 대한 기도제목 또한 그랬습니다. 불쌍하고 기아에 허덕이는 동포들이라 목놓아 부르며 기도하는 것도 보았습니다.

 

그런 인식의 틀을 바꾸고자 통일교육문화원(원장 : 김경민, 인터넷팀장 및 사무국장 장익수...거의 10여년을 그렇게 참여하였고, 남북나눔을 포함하면 거의 15년 가까이 함께 해왔습니다.)을 설립하는데 참여했습니다. 정권이 바뀌어도 2001년부터 지금까지 청소년 통일교육 분야에서는 으뜸을 달리던 단체입니다. 그 이후 유네스코아태교육원에서 일하게 되었고, 배움의 길을 가기 위해 유네스코 직장을 포기하고 대학원에서 아시아 지역학을 공부하였고, 졸업 후 프리렌서로 여러가지 일을 경험하며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습니다.

 

마톨라산업학교에서 IT학과 교수로서의 삶이 제일 의미가 있다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 21년동안 살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MUVA 라는 단체의 Janet 을 만났을 때 동질감을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모잠비크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면서 말입니다.

 

IT교육에 관련되어 책임자를 소개시켜주더군요.

 

함께 사진도 찍고 기억을 위해서 저한테 자기 이름 앞에 MUVA를 넣어달라고 하는 것을 보면 사람의 인연은 신기하기만 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더 깊은 인연으로 이어질 지 모르지만, 이곳에서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교육의 기회를 많이 만들어 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꼭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인식의 변화

 

돈이 없다해서 무시하지 말고

가난하다 하여 인간을 하등 동물로 취급하지 말고

못 사는 나라의 사람들이라 하여 우리 기준으로 평가하지 말고

재능 없다하여 사람을 사람으로가 아닌 개 돼지보다 못한 인간이라 취급하지 말고 게으르다 하여 한국의 기준으로 다른 나라를 평가하지 말고 돈으로 후원해 준다해서 그들을 거지 취급하지 말고 무엇인가를 준다하여 존재감 키우지 말고 다함께 이해하고 살아갈 수 있는 마음의 텃밭을 키우는 일에 함께 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 좋겠습니다.

 

이곳에서 자주 경험하는 도난사건

 

그것의 근본 원인은 돈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 돈이 왜 필요한지는 각자 개인의 몫입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모든것을 소유하고 풍족하다면 다른 물건에 손을 대는 일이 거의 없을 것입니다. 부족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도난사건들...

 

때로는 사람의 마음도 도난당합니다.

 

왜냐하면 그것 없이는 살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에 따라 지조가 있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목에 칼이 들어오면 마음을 바꾸게 됩니다.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자꾸 지조를 지킨다고 버티고 있으면 배고파 아사 직전까기 가서 굶어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권력과 재력이 있는 곳에 몰려가는 것이겠지요.

 

오늘은 한국교수들과 이곳 교사들 그리고 학생 300여명과 함께 마지막 한마음 축제를 하는 날입니다. 저도 한곡 부르기로 하였습니다. 지난번에 임백천의 "한마음"을 불렀더니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며 환호성을 지르던 학생들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오랫만의 뜨거운 박수갈채...

 

제 인생에서 가장 즐겁고 의미있는 날이었습니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듯이 오늘 행사가 끝나면 남은 기간동안 최선을 다해 가르치다가 귀국하려합니다.

 

아침에 마시고 있는 이디오피아의 예가체프의 커피향처럼 제 마음속에 자라고 있는 따뜻한 사랑의 사람 향기를 남겨주고 돌아가려 합니다. 이곳에서 열심히 키우고 있는 스킨답서스 잎사귀에 새순을 피우고 점점 커가고 있는 이 식물의 미래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돌아 올때까지 버티어 주기를 바라며 새로운 하루를 열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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