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밭 둘레길

오유밭 둘레길

평화로 가는 길 (49)

 

김승국(평화마을 화내천 대표)

 

국립자연휴양림 관리소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예약한 오유밭 길을 어제 다녀왔다. 오유밭 길은 펀치볼 둘레길 중의 하나이다. 펀치볼은 양구군 해안면에 있는 분지의 명칭이다. 해발 1,000ｍ가 넘는 산들로 에워싸인 분지인 해안면의 모습이 화채 그릇 같다고 하여 ‘펀치볼(punch bowl: 아래 사진)’이라고 부른다.

 

 

이 해안면에 펀치볼 둘레길이 많은데, 그동안 코로나⦁아프리카 돼지열병 때문에 막혀 있다가 최근에 다시 개방되어 인터넷 예약을 받고 있다.

 

펀치볼을 배경으로 서 있는 필자.(송가봉 쉼터에서 촬영)

 

필자도 펀치볼 둘레길을 둘러보고 싶었으나, ‘둘레길 곳곳에 지뢰가 많이 묻혀 있어서 위험하니 반드시 전문 안내인과 동행해야 하며, 이를 어기고 입산할 경우의 피해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무서운(?) 경고에 눌려 참고 있었다.

 

한국전쟁 당시 얼마나 많은 지뢰를 뿌리듯이 매설했는지는, 오유밭 길에 들어가서 확인할 수 있었다.

 

청정한 계곡에도 지뢰 경고판이 걸려 있다. 

 

오유밭 길의 실낱 같은 오솔길 좌우의 철조망 군데군데 ‘지뢰 경고 표지판’이 잊을만하면 나타나 (DMZ 접경지역에 있는 산길을 산책하며 마음을 편안히 한다는) 둘레길 개설의 취지를 위협하는 듯했다. 말이 둘레길이지 사실상 지뢰밭 길이었다. 목숨을 위협하는 지뢰밭 길 사이의 숨구멍 같은 小路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꼴이었다. 남북이 분단된 것도 서러운데, 지뢰가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자연(산 길)과 인간의 분단'을 강요하며 또 다른 분단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큰 분단 안의 작은 분단이다. 

 

오유밭 길을 걷고 있는 참가자들

 

어제 다녀온 오유밭 길은 DMZ 자생식물원의 뒷산을 삥 도는 순서에 따라 2시간 40분 동안 진행되었다. 자생식물원 뒤의 철조망 문을 연 뒤 송가봉 쉼터와 두 개의 계곡을 지나고 성황당 쉼터를 거쳐 자생식물원에 다시 돌아왔다.(2022.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