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톤밴드와 장익수커피학교 (72) 2025.03.24 - 고종의 뜰과 가베차
남양주는 역사문화 유적지가 많아 문화적 감수성을 풍성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정약용과 더불어 조선 마지막 황제가 묻혀 있는 홍유릉이 그렇다. 고종과 순종 그리고 명성왕후 흥선대원군 그리고 의친왕의 후손인 이석의 장녀 이홍(고종의 증손녀)이 살고 있어 홍유릉 주변을 포함한 금곡동을 황제의 거리로 만드는 사업을 진행해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고종황제가 즐겨마셨던 가베차로 커피문화 거리 조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1900년경 아관파천 이후 고종의 궁궐로써 7년여에 걸쳐 덕수궁을 수리하고 재건했는데 건축물 중 고요하게 내려본다는 뜻의 "정관헌"은 고종이 차를 즐겨마시던 서양식 건축물이다. 대한제국의 본궁이 된 덕수궁에 있는 건물 중 가장 오래되었다.
"정관헌은 다른 양관들과 달리 한국 전통 가옥의 일부 요소가 혼합된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다. 러시아 제국 건축가 아파나시 이바노비치 세레딘사바틴이 설계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정확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나무위키)"
그곳에서 고종이 즐겨마셨던 음료가 커피였다. 가베차(커피의 한자어)의 진한 향기를 떠올려 본다.
커피숍의 대형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작지만 의미있는 공간의 커피숍을 운영하지 않으면 안된다. 매니아들이 많이 찾는 곳은 무엇인가 특징적 맛을 포함하거나 볼거리 즐길 거리가 있는 곳이다. 그리고 규모가 경쟁력이 되기도 한다. 베이커리와 사이드 메뉴들로 가득한 대형커피숍은 건물주가 아닌 이상 운영상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번 가 보고 싶은 명소는 커피맛이 일품이라기 보다는 천연정원(예를 들어 오남호수공원, 북한강변, 남한강변 등)이라는 돈으로 주고 살 수 없는 풍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방문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면에서 장소에 상관없이 경쟁적 명소로 만들기 위해서는 박리다매의 커피숍보다는 커피 맛이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다.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 때 커피숍 기능을 가진 커뮤니티 센터를 지향한다. 작년 6월부터 지금까지 남양주시민센터, 오남시민센터, 그리고 금곡시민센터가 셋팅되어 운영되고 있다. 지역별 센터를 책임지고 운영하는 협의체로 각 거점을 중심으로 교육, 문화, 협동조합, 읍면동 단위의 풀뿌리 주민조직을 만들어 다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교육은 백년대계다.
지역생활정치 영역에 열정을 쏟아냈던 2012년 이후 아픈 과거를 뒤로 하고 후기 조선의 정치경제문화 각 영역에서 영향력 있게 활동하는 후학을 만들어 내는데 힘을 쏟았던 퇴계 이황선생의 삶을 닮아가고 싶다.
지속적 교육이 결국 지역을 바꾸고 사람이 지향하는 방향을 바꿀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커피교육이라는 영역을 선택했고, 커피학교를 운영하여 지금까지 많은 교육생을 배출하려 노력해 왔다. 시니어들이 많았다. 은퇴 이후의 삶을 위해 무엇인가 스스로 해 낼 수 있는 바리스타로 자립기반을 마련하도록 꿈과 희망을 안겨주려 노력했다. 커피가 주는 매력 앞에 다들 한번은 시도해 보고 싶은 영역이다.
커피를 많이 팔기 위해 싼 가격으로 머신을 사용한 판매를 권유한 분들이 많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장사를 제대로 하려면 상권분석을 통해 매출을 높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매번 나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는다. 커피를 통한 수익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길러내거나 사람 사이의 네트워크 형성이 더 중요하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커피는 사람사이를 이어주는 훌륭한 도구다.
그렇게 15년 이상을 커피와 살다보니 "커피아티스트"라는 별명도 생겼다. 커피교육과 문화예술에 전문지식도 갖추려 노력하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커피 기술을 가르치며 커피를 통한 인문학적 사고도 중시하기에 커피교육의 상당부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대화가 많다. 바리스타 수업을 통해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앞으로 해 나가고 싶은 영역을 놓고 이야기 하다보면 정말로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기도 한다.
요즘 갓 대학생이 된 제자가 수업을 받고 있다.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여학생이다. 수익적 측면에서 가성비가 높지 않은 1대1 수업을 지향하는 이유는 수업을 하는동안 다양한 노하우를 최대한 전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업을 하는 동안 제자에게서 가르치는 재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질문도 조리있게 하지만 가르친 영역 이상으로 소화해서 설명해 내는 점이 탁월하다.
봄이 왔다.
몸과 마음에도 봄이 오기를 바란다.
주변 환경은 따뜻하지 않다.
우리에게 진정한 봄은 나로 인한 선택의 폭을 넓힐 때 가능한 일이다.
수동적 삶의 자세와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의 영역을 벗어나 내 삶을 스스로 주관하는 방향으로 나갈 때 마음속 깊이 온기가 몰려올 것이다.
선택의 순간이 있다.
그럴때마다 이 일을 선택해서 내가 행복한가에 집중하자.
타인이 나를 보는 관점은 360도 시선에 따라 달라진다.
그 기본적 사실을 인정하고 타인이 만들어 주는 나보다 스스로 만드는 나에 대한 집중을 높히는 3월이 되기를 바란다.